와인은 수천 년에 걸쳐 인류와 함께해온 술입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 메소포타미아 등 다양한 문명에서 와인을 즐겼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실제로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와인은 단 하나, 독일의 한 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슈피어 와인병(Speyer wine bottle)’입니다.
1. 슈피어 와인병(Speyer Wine Bottle)의 정체
이 와인은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슈피어(Speyer) 지역에서 1867년에 발견되었습니다. 고대 로마 귀족의 무덤을 발굴하던 중, 무덤 내부에서 밀봉된 유리병 하나가 발견되었고, 그 안에 아직도 액체 상태의 와인이 남아 있었습니다.
- 발견 위치: 독일 라인란트팔츠주의 슈피어
- 추정 제작 시기: 서기 325~350년경
- 보관 장소: 독일 팔츠 역사 박물관(Pfalz Historical Museum)
2. 와인병의 구조와 특징
이 와인병은 약 1.5리터 용량의 유리병으로, 손잡이 양쪽에 돌고래 모양의 장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병 안에는 올리브 오일 같은 액체층이 떠 있으며, 아래에는 진한 침전물이 보입니다. 당시에는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병에 올리브 오일을 덮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아직도 마실 수 있을까?
이 와인은 역사적으로는 매우 가치가 높지만, 과학자들은 인체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 테스트를 위해 개봉된 적은 없습니다. 액체는 여전히 병 안에 존재하지만, 현대 기준의 음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병은 밀봉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부 액체의 일부는 여전히 알코올 성분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 학술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
슈피어 와인병은 단순한 술병을 넘어, 고대 로마 시대의 와인 저장 기술과 장례 문화, 유리 공예 기술 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역사적 유물입니다. 박물관 측에서는 이 와인병을 열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5. 그 외의 오래된 와인 사례들
- Massandra Collection (러시아): 1775년 빈티지 와인, 경매에서 수천만 원에 낙찰
- Château d’Yquem (프랑스): 1811년산, 전설적인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
- Madeira 와인: 18세기 후반 항해용 보관 와인, 현재까지 음용 가능
하지만 이들 모두는 병입 후 몇백 년에 불과하며, 실제로 1,700년 이상 보존된 와인은 슈피어 와인병이 유일합니다.
결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은 그저 오래된 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 보존 기술의 결과이자, 고대 문명의 흔적을 품은 소중한 유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와인 한 잔 속에도, 수천 년 전의 이야기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와인의 매력이 더욱 깊어집니다.